정유정 <종의 기원>
"7년 전" 이거 읽고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아마존 같은 소설'이라고 뒷 표지에 적혀 있는 거에 완전 동감 했었다. 다른 소설인 28도 읽었다. 글쓰기에 흥미가 있던 예전 친구는 읽으면 질투심이 나서 진도를 못 나가겠다고 표현한 것도 기억 난다. 공항에서 마지막에 면세품 대신에 책을 몇 권 둘러보다가 그래 정유정 소설이니까 믿고 봐야지 하고 집어들고 오늘 자꾸만 나를 쫓아오는 햇빛 때문에 자리를 서너번이나 옮겨가며 선선한 그늘 아래서 완독 했다.
마침 도킨슨의 책을 먼저 읽고 있었고 최근에 읽은 책도 무언가 인간이 모르는 사실 인간의 대부분 행동 습성을 결정짓는 '본능'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던 지라 우연히 관심사가 맞아떨이지기는 했으나 그쪽으로 심도가 깊지는 않았다. 소설 자체의 흥미는 있었다. 그러니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지. 흥미진진하고 '7년 전'처럼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도 재미나고 글 솜씨도 워낙에 뛰어나고 문장 하나 하나도 읽기 편한 편이었다. 그런데 작가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원래 작가가 포커스 해서 집요하게 이전 부터 가지고 있던 흥미거리, 즉 주체 자체에 대해 다룬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감흥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도킨슨 책이, 자연에 대해 설명한 비문학이 더 와닿는다.
그리고 7년 전은 읽으면서 정신없이 빠져드는 무언가, 작가의 깊은 에너지 자체를 느꼈던 것 같은데 이번 소설은 그렇지 않다. 아마 작가가 경험이 더 쌓이면서 더 안정적인 호흡을 갖게 되었을 것이고 페이스를 잘 조절해서 스스로 흥분하면서 쓴 것이 아니라서 그러려나? 한 마디로 매우 흥미롭고 재미난 소설이고 잘 읽히는 소설인데 작가가 본격적으로 파고들고 늘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 자체에 대해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더 내려면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킨슨 책이나 읽어야겠다. 아마 이전 작품과 달리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소설인데 그만큼 그 주제에 대해 뭔가 더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생존본능과 다윈이즘이란 정말 그야말로 'fact' 라서 소설보다도 비소설이 더 와닿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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