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꿀잼.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늘 제일 유명한 첫 단락만 봤고 난 이미 읽은 줄 알았다. 늘 어디서나 이 소설을 소개할 때면 아침에 일어나니 벌레로 변했다, 이 부분이 나왔다는 것만 본 듯. 굉장히 현실적인 소설이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점만 빼면 그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흘러가는 모양새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높은 확률로 선택할 듯한 매우 현실적인 선택지다.
벌레도 알고보니 인간 사이즈의 벌레다! 이런 것을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록 정말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그냥 벌레도 아니고 인간 사이즈의 벌레다. 등은 둥그렇고 다리는 셀수 없이 많은데 연약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보면 얼마나 징그러울꼬. 게다가 기어다닐 때 갈색 점액이 나오는데 천장이나 벽에 붙어서 기어다닐 수도 있다. 신선한 음식은 잘 못 먹고 약간 상한 치즈나 우유, 빵을 먹고 산다. 그리고 말을 알아먹는 것 같은데 짐승 소리만 낸다.
가족들의 입장에서 본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다. 보기만 해도 너무 징그러울 것 같은데. 문제는 그레고르의 정신은 여전히 예전 인간일 때의 그레고르처럼 똑같이 느끼고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귀에는 그의 말이 들리지만 가족들은 그가 말을 알아듣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읽을면 읽을수록 점입가경이다. 본인은 겉모습이 벌레로 변하고 여전히 본인인데 벌레로 변한 시점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들의 인내심이 그나마 유지되는 동안 그는 사육된다.
마지막에 그레고르가 나타나서 하숙인들이 돈도 안내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자 가족들의 인내심은 뚝 끊겨 버린다. 그가 제일 사랑했던 여동생이 "만약에 저 벌레가 그레고르였다면 아마 애저녁에 사람이 저런 벌레와 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사라졌을 거다."라며 그는 우리가 알던 그레고르가 아니라 벌레라 주장한다. 그리고 그레고르가 방으로 들어가버리자 마자 문을 걸어 잠군다. 아무도 - 그레고르 본인 조차도 - 그레고르의 최후를 슬퍼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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