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섬) 아이러브 하니아, 마지막 날
물론 난 지금 레팀논에 있고 내일도 빡세겠구만 하면서 시간 계산을 하고 있지만 하니아에서의 마지막 날은 오늘 떠난 만큼 오늘 기념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레팀논은 또 레팀논 만의 매력이 있다. 신기한 동넬 세, 얘기가 나올 정도지만 7일을 머물렀던 하니아. 내 사랑 하니아. 그 이야기는 오늘 마무리는 한 번 지어야 겠다.
하니아. 크레타 사람들의 발음은 '하'에 엄청 강세를 준다. 거의 '하!냐' 이런 식으로 들린다. 오늘 오전에 레팀논으로 오기 전,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내가 기대했던 십자모양 전통시장이 별로였다는 것. 이미 관광지화 된 시장이지 로컬이 아니었던 것. 호스텔 할머니 말씀처럼 차라리 INKA를 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리브 비누 판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서 얻은 소득은 자석샵을 찾은 것. 그리고 하니아는 참 관광지 같으면서도 관광지 같지 않은 면모가 있다. 핵심지구를 벗어나서도 재래시장부터 항구 오는 길 모두 관광지 샵들이 가득했다. 내가 그 쪽으로까지는 안 가고 매일 버스 터미널로 가버려서 로컬들이 사는 동네쪽으로 늘 버스 타고 가서 오늘 처음 가봤는데 이러면서도 사실 하니아 사람들 장사속은 내가 겪었던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참으로 정직하고 친절 하다. 느껴지는 '호의'가 있다. 어제 할머니와의 이별도 그랬지만, 정말 '너의 여행에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이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진심으로 와닿던지, 이런 건 처음. 그저 의례로 하는 그런 말이 아닌 마음에 와닿는 진심.
마지막 날, 처음 온 날 등대 쪽으로 갔다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선박 박물관에서 패캐지 티켓이라고 줬던 Maritime 박물관을 갔다. 오길 잘했다. 크레타 사람들의 마음이,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역사에 대한 의식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1941년 크레타 전쟁 그리고 어린이들이 그린 그 때 당시 그림을 보니 마음이 아린다. 그리고 더불어 어린이들이 그리는 그림에 대해 말해줬던 친구가 떠올랐다. 이 박물관 이층인데 알차고 튼실 하다. 크레타와 그리스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온갖 물건이 다 있는데 독일인이 버린 무언가에서 실을 뽑아 만든 어린애 옷, 웨딩 드레스 이런 것도 다 기부해서 있었다. 사실 크레타는 어떻게 보면 미노스 문명이 태어난 아주 고대부터 문화가 꽃피운 곳인데 - 심지어 제우스의 탄생지는 크레타다! 사마리아 협곡 근처에 제우스가 휴가를 보내던 곳이 있단다. 딴 말인데 그리스 애들은 정말 어떻게 신들도 참으로 인간적이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정말 남자의 본성을 이다지도 잘 보여줄까. 안 뿌린 곳이 없는 제우스의 씨앗. 그러면서 신들의 왕인 걸 보면 이다지도 인간적인 면을 '신'에게 적용한 그리스 신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한국에 돌아가면 친구가 추천해준 '헬라스 사상' 어쩌고 저쩌고를 읽어봐야 겠다.
오렌지 주스는 이 집이 맛있다
여튼 마지막 날 아침, 마침 첫날 아침 일찍 이 매혹적인 항구도시에 왔던 것마냥 (자꾸 문장이 영어 식이 된다.) 로모그래피를 들고 마지막 산책을 했다. 내가 몰랐던 골목들. 시장 까지 가서 한 바뀌 돌고 돌아오며 빵집에서 마지막 시금치 치즈 빵도 사고. 하니아. 하니아에서 했던 많은 추억들. 사실 어젯밤 너무 잠들기 어려웠다. 목은 너무 마르고 기침은 계속 미친듯이 나고 가래가 끓고 몸이 힘들어 했다. 날씨도 더웠던 건지 창문을 열고 잠들 수 있었다. 같은 숙소에서 6일이나 머물렀지만 침대가 편한 건 아니었다. 첫날에는 악몽을 꾸었고, 그거야 늘 처음 해외에 오면 있는 일이고 둘째 날에도 셋째 날에도 좋지 못한 꿈을 꿨다. 늘 떨어지면 꾸는 꿈.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꿈. 어제 마지막 날에야 인지했지만 침대가 너무 좁다. 그래도 난 이 곳이 좋았다. 아네모네 꽃이 좋았고 할머니도 좋았고 늘 바깥 테이블에 앉아있는 할배도 좋았고 거기서 밤마다 이루어지는 수다도 좋았다. 여기 사람들은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거 같다. 그렇게 하니아의 마지막 날, 아 정말 수트케이스가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 하며 버스 터미널에 갔지만 (하니아에서 제일 Wi-Fi 잘되던 곳) 하니아는 언제나 그 크레타인 특유의 발음 '하!냐' 울림 하나로 내 마음을 뛰게 할 것 같다. 마지막 날 되니까 'I love Chania'가 절로 나오더라.
처음 들어갔던 골목, Tamam 에서 빠져나오며 뒤 돌아보며 마지막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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