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쪽에서부터 나와서 먼저 보인 건 사그나다 파밀리아의 앞 모습이 아니었다. 찬찬히 찬찬히 찬찬히 보고 느끼고 음미해야 하는 대싱이 눈 앞에 있는데 듣고 싶지 않은 설명을 계속 옆에서 하니 참으로 신경이 거슬렸다. 한쪽 눈은 렌즈 때문에 아프고 1-2인이면 조용하게 끽 소리도 안 내고 다니는 일본애들은 여러 명이서 아주 신나게 소리 지르고 피곤하다 피곤해. 내가 혼자 왔다면 내 페이스대로 사그나다 파밀리아와 처음 만남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와 함께 와서. 뭔가 옆 모습은 뭐랑 매우 닮았다. 동물인지 식물인지 벌집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솔방울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4B 연필이랑 작은 스케치북 하나 사서 그림 그리고 다녀야지. 하고싶은 거 다 해야지.
사그나다 파밀리아에게 좀 미안하다. 온 마음을 다해서 널 만나지 못했어. 널 좀 더 찬찬히 보려고 앉은 벤치에서도 바로 뒤에 그녀가 앉아서 속닥속닥 거려서 나는 니 생각만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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