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섬) 1일 1해변 - 핑크해변 Elafonisi 찬양
인생 베스트 해변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크레타 섬 서남쪽 엘라포니시 해변. 여기 정말 지상 낙원이다. 사실 친구들과 함께 가서 더 좋았을 거다. 다시 한 번 더 가면 생각날 것 같아서 안 가기로 마음 먹었을 정도니까. 라닥을 조금 연상 시키는 가는 건조한 산악지대를 지나 두 번이나 멈춰서서 한 번은 버스를 갈아타고, 한 번은 아주 좁은 터널을 낑낑대며 빠져나온 후 지쳐버린 에릭이 나는 자겠다, 하자마자 나온 엘라포니시.
여긴 정말 최고다. 왜 사람들이 엘라포니시를 꼽는 지 알겠다. 괜히 허명이나 과장이 아니다. 그제 본 알바니안 애도 엘라포니시가 최고라는데 하 그럴 수밖에 없다. 이 곳은 마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공간 같다 - 이 이야기를 하니 요새 도킨슨 책을 읽는데 '설계된 것'과 '유사설계'가 마구 머리 속에 떠오르는 군. 누군가 무엇을 보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 정도로 그 무언가가 사람 말문을 막히게 할 정도로 끝내준다는 거다.
엘라포니시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 해도 분홍색 모래 일 것이다. 바닷물을 타고 분홍색 모래가 들락날락하는 광경은 너무나 이뻐서 여기가 어딘지 조차 잊게 해준다. 그리고 엘라포니시의 해변은 일렬이 아니다. 한 쪽은 핑크색의 엄청 차가운 물이 가득한 곳, 또 한 쪽은 핫스프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얕아서 따뜻한 해안이 계속 늘어선 곳이다. 이 쪽은 핑크가 아니지만 정말 한시간 정도 계속 몸을 담그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그냥 엎어져 있어도, 누워 있어도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아 정말 완전 판타스틱. 그 곳에서 쉼 없이 카이트 서핑을 하는 무한체력 여자애를 구경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 했다. 리오에서 7개월 살았다는 네스, 자신의 여행 클럽에 대해 말하기 여념 없는 - 짜식아 그만 좀 해 - 에릭. 엘라포니시를 만끽 하는 동시에 또 가야 할 곳, 가보라 해주고 싶은 곳, 좋았던 곳에 대해 무궁무진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것이 재미있었다. 온갖 재미난 사진을 찍고 You Should be here을 들고 얼마나 놀았는지 그걸 보고 우리도 사진 좀 찍어준 금발 가족이 참 귀여웠다. 아부지가 아내와 딸래미 둘을 얼마나 아끼는 지가 한 눈에 보이던 가족.
아무리 가도 걸어갈 수 있는, 그 말인 즉슨 수심이 깊지 않아서 모든 바다가 투명한 파랑 크리스탈 처럼 보이는 그런 엘라포니시. 내 인생 넘버원 해변을 만났다. 걸어서 저 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해변. 그리고 소중한 인연. 호스텔 안 가도 되겠다. 모든 인연은 버스에서 시작되는 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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