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Botanical Garden 가는 길에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풍경이란 비단 멈춰져 있는 한 장면이 아니구나. 가면서 보이는 올리브 나무들, 늘어선 오렌지 나무들, 바로 옆에 있는 바다와 출렁이는 푸른 빛, 내륙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산의 능선과 푸르른 나무들.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니 이것이 풍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풍경'이란 멈춰져 있는 어느 한 컷 이라 생각 했는데 내가 움직이며 보며 지나가는 것 그 자체란 생각이 들었다. 왜 자꾸만 이동하고 싶은가, 나닥을 갔다온 후 더욱 더 그랬다. 나닥은 차를 타는 시간이 엄청 길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눈이 황홀해서 녹아들 지경이다. 그런 시간을 체험한 이후 이런 생각이 드나보다. 크레타의 풍경도 마찬 가지다. 공항에서 하니아로 들어오는 새벽길, 그 때 갑자기 첫 날 델리에서 마날리 가던 길 새벽 능선이 떠올랐다.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 꼭 나쁜 것이 아니다. 나중에 내리면서 영국 할매 셋이 이렇게 드라이브 하고 2.7유로라니 이건 공짜나 마찬가지야 하면서 수다를 떠는데 난 오는 내내 풍경에 도취되며 한국에 돌아가면 운전 연습을 해서 앞으로 꼭 렌트카 해서 다녀야 겠단 결심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