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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섬) 떠나는 관문 - 공항

  • 2016.06.25 13:29
  • 여행/201606 크레타 섬

이렇게 컴퓨터를 가져와서 쓰기까지 하고, 비행기 시간을 착각해서 엄청 빨리 와서 계속 걸어다니며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면세점에서 살 것이 없다. 내가 필요한 나스는 모두 품절이고 신라면세점에도 나스가 입점했단 즐거운 소식을 알게 되었다. 있긴 있는데 색상이 없다. 왜 한국 여자들은 제일 밝은 색상을 고집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떠도는데 난 정말 제일 하얀 색이 제일 잘 어울리는데 어쩔 거야. 그리고 신세계가 새로 발렌시아가를 데려왔다. 한때 엄청 꽂혔던 적이 있는데 이미 12년 이후 난 가죽가방에 대한 욕심이 사라졌다. 제일 큰 문제는 너무 무겁다. 천 가방도 무거운데 가죽이라니 장난 하시옵소서? 


발렌시아가는 이태원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이름이다. 명품 가방의 명이라는 것도 모르던 시절, 이모랑 사촌이 끌고간 정교한 짝퉁 가방을 만드는 그 곳. 도대체 언제지, 회사 들어간 다음인가? 발렌시아가의 모터백은 겉면에 카피라고 할만한 문양이 없어서 내놓고 파는데 계산을 하고나면 일련번호가 찍힌 쇠판 같은 것을 달아준다. 그러면 걸린다나. 그떄 분명 내 돈으로 샀는데 소개 시켜줬다고 누가 물어보면 이모가 사준더라고 얘기하라고 시켰던 그 분. 그렇게 한 번 쓰고 나중에 회사 들어가서 진짜 발렌시아가의 검은 색에 꽂혔다가 결국에는 관심이 서서히 멀어진 발렌시아가. 여전히 아름답구나. 하지만 넌 가죽이라 너무 무거워서 이제 내 눈길을 받지 못한단다.


그리고 샤넬. 홍콩 언니가 91번 색을 추천해줬다. 작년 겨울, 나스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나와 정말 잘 어울리는 컬러 몇 개를 만나고 나자 색조 화장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졌는데 너무 예쁘다고 하나 사두라고 해서 구경이나 해보자고 왔다. 일단 인터넷에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적립금이 하나도 적용 안되는 것에 충격 먹고 둘째 샤넬은 인천 면세점에 없다. 단독으로 30평 짜리를 화장품 전용으로 달라고 했다나. 그래서 엄청 열심히 걸어다니고 못 찾았다. 빨리 자리 잡고 앉아서 스쿠버 다이빙 수업 듣거나 다른 일 하려고 했는데. 사실 샤넬 화장품은 써본 적이 하나도 없다. 색조가 짱짱하니 이쁘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 그런데 사실 피부가 고우면 웬만한 화장품 써도 아름답다. 드넓고 깊은 세계인 색조 화장품이란 바다는 취미가 있어야 탐사가 가능하다. 


책방. 정말 오랜만에 책방을 둘러봤는데 사실 지금 윌리엄 포크너를 엄청 보고 싶어하는 중이라 설마 있을까 했는데 역시 없었다. 하지만 익숙한 몇몇 권을 보고 자극을 받아 몇 권 골랐다. 과연 몇 권이나 볼까. 엄마는 내가 산토리니를 가길 바라시는데 과연 갈 수 있을까. 마지막 삼일, 이클라리온에 도착해서 표가 있으면 당일치기로 하루 갔다오는 거고, 안 되면 말고. 앗 생각해보니 도착하기 전 그리스 문자를 외우려고 했는데 어젯밤 꿈처럼 뭔가 할 일이 많네. 아니-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꽃꽃이 동영상은 나중에 한국 와서 만들지 뭐. 비행 잘 하고 윌리엄 포크너! 언제 보지. 기나긴 여름 밤을 14일 동안 어떻게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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