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섬) 여행의 시작은 비키니와 문자
여행의 시작은
비키니 탑 색깔을 무엇으로 하느냐 이다. 특히 이번 여름은 더욱 더 1일 1해변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사실 비키니, 아이러니하게도 잡지 부록으로 줬던 홀터넥을 2년 동안 아주 잘 입었다. 생각보다 예뻤고 잘 어울렸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 있던 시절 점점 더 탑레스가 익숙해지던 그 때 - 똑 하고 바닷물에 삭은 건지 플라스틱 후크 부분이 부러졌다. 그리고나서 빌바오에 간 김에 자그마한 해변 마을에 갔는데 그 곳은 리조트 대단지 였고 탑레스가 어려운 곳이어서 빙글빙글 돌다가 구멍가게에서 9.9 유로 검은색 비키니 세트를 샀다. 엉성하기 그지 없고 크기가 커서 세트를 모두 입지 못하고 탑만 늘 걸쳤다. - 이런 8유로 였다! 역시 기록의 힘은 대단해.
작년에는 바다 갈 일이 정동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별로 필요가 없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더 이상 저 엉성한 검은색 비키니를 입을 수 없다! 하지만 아래는 여전히 예전 그것 그대로. 여기엔 분명 검은 탑이 어울릴 텐데 신기하게도 난 파랑색 계열 비키니보다는 분홍색 계열이 잘 받는 얼굴이더라. 게다가 비키니는 더 신기하게도 밝은 색에 무늬가 잔잔한 것이 더 잘 어울리더라. 왜 그럴까? 그냥 옷은 다른 문젠데 피부에 딱 밀착되는 비키니라서 다른 건가? 여하튼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잔잔한 무늬가 있는 붉은 색 계열 탑을 샀는데 조금 크다. 경쾌하게 잘 어울리지만 조금 크다. 하지만 검은 색 팬티는 매우 섹시하게 잘 어울리는 군. 히히.
그러다가 역시 비키니는 검은 색이 진리라는 이모군의 말을 듣고 역시 내 맘 속의 색도 블랙이라, 여행 하루 전 날 저 비키니를 찾으러 헤맸다. 한 군데서 실패하고 다행히도 다른 곳에서 한 피스 남은 작은 사이즈를 찾아서 (아니, 95랑 85랑 차이가 별로 없는 듯?) 고이 가져왔다. 다 잘 어울려. 저기에 한복 치마를 입어서 새로운 패션를 구사해야 겠다. 그리스는 수도원이나 교회를 들어갈 때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한다. 긴 바지도 짧은 바지도 안 된다고 한다. 인도 바지 하나 가져가려고 했는데 오마이갓 왠지 크레타 섬 남자들이 입는 민속전통 바지랑 닮은 모양새라 그냥 반바지만 입고 다녀야 겠다. 그리고 한복 치마 걸치고 다녀야지. 바다 갈 때는 무조건 치마로.
이제서야 짐이 어느 정도. 꼭 패션쇼를 한 번씩 해줘야 한다. 이럴 때 내 취향이 아주 정직하게 반영되는데 첫째, 안에 뭐 걸쳐야 하는 옷은 패스 귀찮다. 둘째, 소재가 덥고 바람이 안 통하는 옷도 패스 귀찮다. 셋째, 단순할 수록 좋다. 그러다보면 정말 기본 티만 남는다. 바지야 히히 맨날 청반바지 입고 다닐텐데, 스쿼트 30일 도전이 효과가 좋다. 내일이면 100개! 패션쇼 하는 김에 악세사리도 같이 가져간다. 짧은 머리에 시도해볼 수 있는 모든 반다나 스타일 + 머리띠를 해보기로. 에르메스 스카프는 눈물을 머금고 냅두고 가기로. 색깔이 봄이다. 팔찌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다. 반지는 아아아 짐에서 덜어낼까? 내일 아침에 샌달도 하나 넣긴 해야 겠다. 운동화 안 들고가고 쓰레빠만 신고 가려고 했는데 하이킹을 한 번 해야 한다. 눈물을 머금고 부피 큰 운동화를 넣어도 남는 내 짐.
그리고 중요한 것
그리스 문자를 외워야 하느니라. 러시아 갈 때 끼릴 문자를 배우는 것처럼, 그리스 문자도 외우려고 론니 플래닛에서 언어 부분을 찢어뒀다. 생각해보면 그리스 책만 2004년에 샀는데 10년이 지나서야 활용하게 되네. 그것도 크레타만 깔깔. 아니 나 터키어도 배웠잖아? 터키 여행 가기 전에 한 달 정도 아주 기본적인 터키어를 배우고 갔다. 나름 쓸모 있음. 그리스어는 그리스 사진 책을 보면서 일단 먹을 것만 알아뒀다. 문자만 대충 어떻게 읽으면 되는 지 알고 아아 가서도 매일 밤 공부 해야 한다. 아빠가 그리스 출장을 갔다와서 선물로 주신 그리스 문자가 쓰여져 있던 권색 티셔츠.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소개하는 시간에 이 티셔츠 소개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럼 그리스 문자를 몇 개라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로구만. 기다려라 크레타야, 잘 다녀올게요 나의 공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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