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4. 수국 그리기 - 바림넣기
정신이 없다. 주말을 너무 불태워서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토요일날 아침에 네 번째 민화 그리는 시간. 그리자 마자 바쁘게 이동하면서 페북에 끄적끄적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나 보다. 꽃 배운 거 정리하려고 블로그 들어왔다가 민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5월에도 원대한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지. 아버지 서재에 시리즈 물 3개 책거리를 해서 선물 하겠다는 야망이 ...
이렇게 4번 했어도 완성 못했다. 수국은 워낙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반복 작업이라 기본기가 착착 다져지는 느낌. 이 날은 파랑 깔아주고 붉은 꽃 바람이 한 번 들어갔다. 파랑은 세루리안 블루 계열로. 근데 사진 찍어놓은 것 보니 다른 색이 더 이쁜 듯? 이 날의 핵심 주제는 피그먼트였다. 아교도 처음 봤다. 저번에도 선생님이 핑크색을 만들어뒀다고 하셨는데 이 전까지는 모두 튜브 물감으로 그렸다. 이 날 얹은 핑크색은 사진으로 보면 엄청 튀는데 분채로 만든 색이다. 분채에 아교를 섞어서 물감을 만드니 엄청 진하게 한 번에 발색이 잘 된다.
-
피그먼트(안료): 색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
-
미디엄: 피그먼트를 종이 위에 고정시키는 것. 동양화에서는 아교를 씀.
-
동양화의 세 가지 종류: 석채 - 분채 - (접시물감) - 튜브물감
|
|
첫 번째 사진이 분채, 두 번째 사진이 석채. 석채-분채-접시물감-튜브물감으로 갈수록 물감회사 손이 더 많이 갔다고 보면 된다. 석채는 한 마디로 돌가루다. 엄청 빨리 쓴다는데 반짝 반짝 빛난다. 모래 같은 것이 커팅된 부분 마다 빛이 반사되어 반짝 인다고 한다. 금가루 같은 것 붙이는 것이 석채 활용하는 것. 분채는 석채를 좀더 가루형태로 빻아놓은 건데 아교를 직접 섞어서 써야 한다. 튜브 물감은 이미 아교가 들어가 있고 물감 빨리 굳지 말라고 이것저것 들어가 있어서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형태다. 분채는 튜브물감 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선명하게 발색이 된다. 다만 빨리 굳어버리고 굳어버리면 그 형태는 또 가루 형태더라. 물감이 살짝 카라멜처럼 부드러운 것과 대조적이다.
액체 형태의 아교
아교 원래 모습
이 날 태어나서 아교를 처음 봤다. 아교는 물고기 내장 특히 부레를 끓였을 때 나오는 젤라틴 같은 거라고 한다. 위 사진처럼 쓰기 편한 액체 아교도 있지만 선생님은 또 아래와 같은 아교를 쓰신다고 함. 선생님 재료 사랑과 재료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으심. 선생님은 종이염색도 모두 다 직접 하시는데 (선생님 과 동기들이 염색에 미쳐있었다고 함) 원두, 커피, 녹차, 홍차, 양파 등등 안 쓰는 재료가 없다. 요새 선생님이 좋아하는 재료가 시중에 안 나와서 (약령시장 가서 사야하는 한약재) 아쉽다고 한다. 아쉬운 대로 치자를 쓰시는 중. 염색 할 때부터 아교를 쓰시기 때문에 선생님이 만든 종이(종이 만드는 수업도... 있다고... 한다...매우 원시적 - 서양학과는 물감이 워낙 좋아서 이런 식의 접근이 비교적 덜하다고 한다) 음 그래, 그 종이에는 발색이 잘 된다. 피그먼트가 착 붙는 거다.
얘기 하다가 호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가장 처음 사진을 보면 파랑 수국 아래 있는 녀석 중 꽃잎 하나가 미묘하게 색감이 다른 놈이 있는데 이건 다른 색을 쓴 거다. 처음부터 색에 호분이 들어간 색. 호분이 흰색이다. 일본화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그림에 호분이 들어간 후 채색이 들어간다고 한다. 선생님은 호분이 줄 수 있는 효과를 생각해서 선택적으로 쓰자는 입장이지만 이게 대학교 마다 성향이 다르고 교수들 마다 또 다르고 아무래도 일본방식이란 생각이 강해서 아예 쓰면 안됨 / 뭔 상관 / 다 써? 등등 여러 입장이 갈라진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예술이라는 것이 그저 사람들이 봤을 때 좋다! 멋지다! 이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의 평가 잣대에는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들어간다. 그런데 그것이 순수 미적인 관점이 아니라 그 필드의 역사적인 것에 민족적인 것 까지 모두 들어가는 것이다. 이건 또 한국화니까 더 그런 것 같다.
아직 많이 해야 한다. 메인 꽃도 해주고 파랑도 바림 한 번 더 들어가고 잎도... 바림과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작품은 섬세해진다지만 이거 언제 끝나뇨. 그리고 다음 시간부터는 종이 염색도 직접 한다!
'그림그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화] #6. 수국 그리기 - 완성 (0) | 2016.05.12 |
---|---|
[민화] #4~5. 수국 그리기 / 종이화판 염색작업 (0) | 2016.05.10 |
[민화] #3. 수국 그리기 - 밑색깔기 (0) | 2016.04.24 |
[민화] #2. 수국 그리기 - 선 따기 (0) | 2016.04.14 |
[민화] #1. 수국 그리기 (0) | 2016.04.08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민화] #6. 수국 그리기 - 완성
[민화] #6. 수국 그리기 - 완성
2016.05.12 -
[민화] #4~5. 수국 그리기 / 종이화판 염색작업
[민화] #4~5. 수국 그리기 / 종이화판 염색작업
2016.05.10 -
[민화] #3. 수국 그리기 - 밑색깔기
[민화] #3. 수국 그리기 - 밑색깔기
2016.04.24 -
[민화] #2. 수국 그리기 - 선 따기
[민화] #2. 수국 그리기 - 선 따기
201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