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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지는 11월

(크레타 섬) 한량처럼 먹기만 하는 나날들

  • 2016.07.06 18:04
  • 여행/201606 크레타 섬

네스카페 프라페 친구를 기다리며


아 방금 먹은 크레타식 빵 타코? 얘도 너무 맛있어서 굉장히 만족한 상태에서 멍하니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는데 내 옆에 있는 네스카페 프라페도 넘 맛있고 배 부르고 어서 친구 오면 놀 생각에 신난다. 조금씩 루즈해지고 있는데 어디를 가는 것도 좋고 해변도 너무나 좋지만 - 아 물론 이라클리온 거리 나와서 바다 색 보자마자 와 하면서 항구 쪽으로 절로 움직이는 내 발, 이라클리온이 지금 까지 있었던 도시 중에 바로 앞 바다 색이 이쁜 건 최고, 도시는 좀 크레타 치고 대도시(?) 지만 -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재밋어서 친구들이랑 놀 힘을 비축하려다 보니 여행이 좀 루즈해지고 있다. 


어제도 결국 친구는 두시 반까지 일하다가 밤에 못 놀러나가고 그래도 친구는 봐야 하기에 친구가 일하는 카페 가서 또 도넛 먹고 행복해하다가 사장님이 주시는 그릭 커피까지 얻어 마시고 도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수다가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안 끝나 저녁 무렵에야 이라클리온에 도착. 이라클리온에 도착해서도 호텔에 안착한 다음 계속 수다만. 신기하다. 재밋다. 친구한테 그리스 남자애들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 참 그리스 안에선 어떤 단위로 지역정체성이 존재하는 걸까? 이 친구는 크레타 출신이 아니라 대학에 가기 위해 크레타에 와 있고 지금은 여름방학 알바 중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남자들이 이 여자애는 크레타 사람이 아니고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1. 그냥 만나서 재미보기 혹은 2. 어차피 관계를 오래 못 끌어가니까 안 사귐 둘 중 하나로 행동 한다고 한다.



친구가 답답해서 미치려고 한다. 그냥 자기는 만나는 게 좋고 스스로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만나는 순간 재밋는 거가 좋은 건데 남자들이 지레 짐작을 한다고. 아니면 이런 식. 완전 웃겼다. 수영장에서 일하는 친구 만나러 갔는데 거기서 일하는 남자애가 스킨십 하면서 자자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난 너를 더 알고 싶어 이랬더니 '아..넌 결혼전에 안되는 애냐고' 이런식으로 나와서 어이가 없어서 '어 그래 너 나랑 자려면 우리집에 와서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드리고 약혼하고 결혼 한담에 잘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 놓았다고. 웃겨 죽겠다. 특히 이름을 몇 번씩이나 알려줬는데 상대방이 술에 취해서 알려줘도 못 알아듣는 게 짜증나서 '그랭 내 이름은 안나야.' 하니까 그걸 진짜 이름으로 알고 말할 때 마다 '안나' '안나' 이러다가 진짜 이름이 안나가 아닌 게 밝혀지자 너 거짓말쟁이라고 화내면서 지랄 했다고 이런 이야기 수다 떠는 카페에서의 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오늘은 크노소스에 갈 거 같긴 한데 과연 언제 갈 수 있을 지 다른 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관광지를 다른 여행객이랑 같이 가는 건 엘라포니시 이후 처음이네. 아 더워. 그래도 그늘은 아직 시원한 오후 12시다. 먹은 게 많다. 역시 친구 말대로 추천을 적극 수용해야해.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딱딱한 빵 위에 토마토를 올려두고 잘게 썬 치즈도 올려두고 올리브 오일로 꺄 빵이 스르륵 잘게 부서진다. 아저씨가 추천해주는 걸 적극 적극 수용. 그래서 오믈렛도 시켰다. 어제 하루종일 먹은 게 아이스크림 도넛 밖에 없다.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배도 안 고프넹. 이런 음식이 옆에 스타벅스보다 훨씬 낫다. 스타벅스에 줄 서고 있다가 올리브 오일이랑 토마토가 그리워져서. 솔직히 음식이 별로 맛 없는 나라 에서는 스벅 가도 무방 하다. 하지만 여기는 크레타 니까 스벅을 가는 건 크레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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