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 여행의 끝과 시작 - 공항
여행의 시작과 끝은, 해외라면 공항이다. 기나길고 두서없을 이 길의 결론은 중국을 갈 때는 목적지 까지 웬만하면 '환승을 하지 말자'가 되겠다. 너무 고생스러웠다. 고생스러운 에피소드를 떠나서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갈 때도 마찬가지. 비행시간 3시간, 그래 할 만하다. 하지만 그건 실제 비행기 속에 있는 시간이고 그 시간보다 보통 2-3시간 먼저 가 있는다. 그러기 위해 1시간은 더 먼저 내가 있는 곳에서 출발해야 하고, 비행기 타고 도착해서 어딘가로 가려면 또 1-2시간 쉽게 간다.
이제까지는 그 시간을 모두 합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특히 갈떄나, 올때나 새벽 다섯시에 눈을 뜨고 다섯시 반에 나가다보니 도착하는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저러면 1+3+3+2=9 대략 8~10 시간 정도 걸리는 셈인데.
갈 때: 공항셔틀타고 호스텔 도착 까지 9시간
갈 때, 정말로 눈 뜬 게 새벽 다섯시, 서안 호스텔에 도착해서 친구를 만난 것이 저녁 여덟시. 눈 뜨고 15시간이 지난 후 나는 신발을 벗을 수 있었다. 물론 회사를 빨리 출근하려고 간 것이라 실제 셔틀 버스를 탄 10시 40분 기준으로 생각하면 9시간 걸린 셈이다. 그래도 길어! 게다가 춘절이라 (중국 갔다오니 설날보다 춘절춘절 한다, 춘지에) 티케팅 표 받는데만 1시간이 꼬박 걸렸다. 인생 처음. 셀프 체크인도 안된다. 1시간 내내 서 있다가 들어가서 면세품 찾고 10분 앉아있다가 비행기 탑승.
망할 놈의 국내선 환승: 인천 - 청도 - 서안
그렇게 청도에 도착했어. 내리래. 따라오래. 젠장, 입국심사를 해서 줄 섰다가 다시 돌아가서 카드 쓰고 검사하고 겨우 빠져나오자 두 줄 종대를 해서 언니를 따라가, 몸수색 해, 공항 밖으로 나가, 다시 줄 서, 다시 여권 봐, 다시 몸수색 해, 저런저런 화장품 땄다가 다 버리는 언니들 나오는군. 이렇게 해서 겨우 타면 또 출발.
한마디로 동방항공의 MU5022편은 인천-청도는 국제선으로 날아와서 날아온 사람들은 모두 입국을 한 상태에서 다시 국내선 경로로 들어가 청도-서안 편을 타는 셈이다. 같은 비행기, 같은 자리다. 예전에도 이런 거 탄 적이 있다. 그래, 델리에서 홍콩을 거쳐 인천으로 올 때 뭔가 엄청 고생하고 꼬였던 기억이 나는데 아 기억하고 싶지 않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다. 기억하지 말자. 그래. 이때 대만에서 내렸다가 다시 탔다. 대만에서 내려야 하는 줄도 몰랐던 것 같은데 여하튼 기억을 지우자.
사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장안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렸을까? 비행기의, 문명의 이기를 톡톡히 누리는 건 맞다. 우리집 강남 쪽에서 홍대까지 한시간. KTX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시간이 되자 누군가가 그 한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이동하는 시간이 제일 아깝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순간이동 능력이야 말로 가장 갖고 싶은 능력이라는 소리도 많다. 나도 기분이 좋을 때, 눈 뜨고 나면 우리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니까.
이상하게 유럽 갈 때 비행시간 8시간은 아깝지 않은데 중국 갈때 비행시간은 3시간인데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9시간, 10시간이라는 계산은 어디서 튀어나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집에서 나온 시간이 인상적인 새벽 다섯시라 그랬을까? 돌아오는 길에도 새벽 다섯시부터 너무나 고생해서 집에 딱 돌아오니 오후 4시라서 그런 것 아닐까.
다음 여행의 주제는 길이다. 작년에도 길이었다. 지겹도록 버스 타고 다녔다. 여행이며, 길이며, 이동이며, 꾸역꾸역 사람은 오고 간다. 내가 홍대 갈때 걸리는 한 시간, 비행기가 인천에서 서안 공항 까지 가는데 한 시간, 서로 다른 한 시간인가. 흘러가는 시간 마냥 벌써 2월 중순인데 여전히 시간은 내가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순간에도 가고 있다. 다시 오지는 않는다. 뭐라고 써야 할지 무슨 생각인지 정리는 되지 않지만 왜 자꾸만 난 길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건지, 흐르는 시간에 대해 무슨 마음인 건지 뭔가 조금만 더 생각하면 알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뭔가 끄적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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