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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4일째 - 싫어해, 일요일

기다려지는 11월

바르셀로나 4일째 - 싫어해, 일요일

  • 2020.04.01 23:12
  • 카테고리 없음

담배냄새. 싫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대하는 게 나에게 이로운 것일까? 적당히 상대해주고 피해라. 일요일의 바르셀로나는 정말 빨리 문을 닫는 구나. 휴, 에너지가 되니까 조금 더 자세하게 써볼까. 웃긴 건 첫 인상도 꺼려졌는데 첫 인상에서 받은 느낌이 완전 틀린 것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싫다는 것이다. 차라리 첫 인상이었으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여. 왜 싫은지 알아야 겠다. 같이 있으면 매우 피곤한 스타일. 너무 걱정이 많다. 걱정걱정걱정 머리 속에서 하는 걱정의 단계를 모조리 입으로 말하는 스타일. 그리고 그 걱정이란 게 조금만 알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하는 걱정. 걱정안해도 된다고 이야기 해줘도 걱정. 혼자 못 정하고. 저녁 못 먹어서 밖에 나가서 길 다 알려주고 가게까지 가서 설명까지 다했으면 시키는 건 자기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케밥 메뉴 이게 있고 저게 있고 설명 다 해주고 자기가 말만 하면 되는데 그리고 다 혼자서 하던데 아 빡침. 답답하고 답답한 스타일.

 

그리고 내가 찔리는 부분은 여기서부터. 촌스럽다. 그래서 싫다. 해외 여행 혼자가는 건 처음이라는데 직장 사람들이 모두 어떻게 여자 혼자 여행 가냐고 했다고 하는 말 들을 때 부터 나랑 상당히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복잡복잡 내가 이 사람을 싫어하는 게 정당한 것인가를 막 재고 있는데 에이 싫다. 그래 촌스러워서 싫다. 생각의 방식이 매우 올드하다. 그 생각을 주절주절 들어주면서 장단 맞춰주는 것도 피곤하고 어디 같이 가면 다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귀찮다. 방법은! 버려!

 

정말 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 뭔지 알겠다. 이럴 때 그냥 대충 상대하면 되는데 나는 그걸 잘 못 하겠다. 그리고 해줄 것 다 해주면서 혼자 스트레스 받아. 상대방은 그걸 모르는데 - 그런데 인간은 타인이 본인에게 내비치는 부정적인 감정을 캐치하는데 매우 민감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또 그런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익숙하기는 커녕 매우 미숙하다. 그냥 결론은 '신경끄자'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예의는 갖추자.

 

그녀와 함께 간 케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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